잡다한 IDEA 급구!

함께 이 사이트를 잘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들
뭐가 있을까요? 많은 의견 부탁드려요~~^^

2010년 9월 2일 목요일

[구성애 특강] 긍정적인 성 문화가 아이를 지킨다

얼마 전 강동구에 구성애 선생님이 왔습니다.
아빠들을 위한 성폭력 예방 특강을 하기 위해서죠.



'13세 미만 어린이 중 하루 평균 56명이 성폭행을 당한다'는 통계 수치,
성폭력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처럼 들려오지만
접할 때마다 더욱 두렵고 치가 떨리는 말이 됐습니다.

참 시의적절한 특강이었습니다.
강의 시점을 전후로 곳곳에서 성폭력 사건 보도가 터졌거든요.
저녁 7시, 사실상 직장에 다니는 아빠들이 참석하기에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는 데도,
구에서 주관하는 행사치고는 많은 남성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구성애씨는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성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요.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그러한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무려 10년 동안 아이들의 성교육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발달사항 등 체계적인 자료를 모아 왔다고 하네요.
그것이 교육에 반영이 되고,
그 결과 10대의 임신 연령을 3~4년이나 늦출 수 있었답니다.

이 말에서 조금 의아하시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적인 성교육이란
성적 접촉을 아예 차단하는 걸 테니까요.

그러한 인식에 대해 구성애씨는
"이제는 그러한 성교육의 시대는 지났다"고 합니다.
대신 "아이들이 혹여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도
임신이 되는 연령을 늦추는 것,
또한 성폭행을 당했더라도
상처를 잘 치유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부모님들의 인식 개선이
훨씬 어렵지 않나 싶었습니다.
당장 저부터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죠.

CCTV를 설치하고 하굣길 안전지킴이단을 운영하는 것 등은
이미 강동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책입니다.
학부모들의 열의와 구청의 협조로
피해 발생이 거의 없다시피 안전을 챙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다른 모든 분들의 고민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지 유영철이나 조두순 같은 사람을 처벌하는 사후대책으로,
감시 시설이나 인력을 확대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성 문화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것에 대해 함께 얘기해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의를 들은 후에
부모들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나 성 문화에 대한 의견 등
보다 자유롭게 얘기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구성애 선생님 특강의 키워드는
<성은 좋은 것이다>였습니다.

성은 좋은 것이다. 동의하시나요?
동의하신다면 자녀에게 어떻게 알려주고 싶으신 가요?

전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진지하게 고민에 빠져 드네요. ㅋ
여러분도 한 번쯤 자신을 위해서 자녀를 위해서
깊이 생각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2010년 8월 19일 목요일

누가누가 강동에 사나?

트위터 #강동당_ 에서 활동 중인
'coldguy84'님께서 요청한 내용입니다.

강동구에는 어떤 연예인들이 사는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사실 강동구에 사는 연예인은 많지 않습니다.
연예인들은 부유한 동네 혹은 은밀한 동네를 선호하기 때문이겠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여의도와는 가장 먼 지역인 강동구는
일을 하면서 살기에는 이래저래 맞지 않는 듯합니다.

그래도 요청받은 거라 자료를 모아봤습니다.
관련 부서인 문화체육과에 도움을 청했더니
2년여 전에 공식적으로 수합해 놓은 자료가 있더군요.
(사실 구에서 파악하는 것은 주민등록 여부이기 때문에
실제 거주와는 차이가 날 수도 있답니다.)

강동구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는 분이
탤런트 임호씨입니다.
예전에 아파트 기공식을 할 때도 축하인사를 하러 오기도 했습니다.
배우 박상민씨도 천호동에 거주했었다는 군요.

골절상 치료 중인 롯데 홍성흔 선수는 주소지가 암사동이네요.
탤런트 유혜정씨 이름도 명단에 보이고요.

추억의 TTL 모델 임은경배우 박상민, 가수 간미연,
농구선수 정인교도 강동구에 살고 있거나 살았었습니다.
(에고...이렇게 명확치 못한 표현을 써서 죄송합니다.^^;;;)

한때 탤런트 조인성(군대 가기 전)이 강동구에 살았을 때
혹여 구청으로 공익 근무 배치를 받지 않을까
강동구 여성 공무원들은 잠깐이나마 기대를 했더랍니다.
당시 탤런트 소지섭이 마포구청에서 근무한다는 기사가 떠서
더욱 설레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

유명인도 계십니다. 민병태 교수님도 강동구에 거주하십니다.
워낙 털털하셔서 구에서 요청하는 일에 흔쾌히 잘 응해주신답니다.^^

어떤 사람들이 더 있을까 자료를 찾다 보니,
지난 2월에 이해식 구청장님이 펴 낸 책에
이와 관련된 글이 실려 있더라고요.
(다들 아시죠? 절찬리에 판매된 <사람이 아름다운 강동>
강동인의 필독서이니 다들 구입해서 보시길^^ 죄송ㅡ.ㅡ)

그 부분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 하니가 인기 만화의 주인공이라면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 만큼
물 좋고 환경이 좋은 강동구라 그런지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연예인들 중에도
강동구 출신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현재 공군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한민국 꽃미남 조인성은 천호동 토박이다.
20여 년 넘게 살아온 자신의 고향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인데
<핑클>의 아름다운 요정, 성유리와는 초등학교 동창이란다.

인기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배용준은 한영고등학교 출신이다.
일본 팬들에게 한영고등학교는 한국을 방문할 때
들러봐야 할 명소 중에 하나라고 한다.
배용준 덕분에 일본팬들도 강동구를
조금은 더 친숙하게 느낄 듯하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주인공 김두한 역을 맡아
선이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박상민도 강동구 출신이다.
한가인, 김하늘, 임수정, 임은경 등 정상급 여배우들도
강동구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인연이 있다.

최근 오랜 침묵을 깨고 나타나 40대 이상의 팬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도 참신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네로황제' 최양락은 양지마을에 살았었고
그의 극중 부인 역할을 했던 개그우먼 임미숙은
성내동에서 유명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서울시의회 의장을 지낸 뒤 국회의원이 된
임동규 의원의 친동생이니
이래저래 강동구와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다.
하회탈 이미지로 인기가 많은 남희석은 암사동에 살았던 인연으로
지금도 강동구와 관련된 행사에 기꺼이 봉사를 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그룹 HOT의 멤버였던 문희준이 천호동에 살았었고
<베이비복스>의 주축 멤버였던 간미연도 강동 출신이다.(…)'


- <사람이 아름다운 강동> 중 p. 238~239 '850101-2079518' 중에서-

2010년 8월 16일 월요일

갈아 엎어야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둔촌동에서 도시 텃밭은 경작하고 있습니다.
이러니까 마치..전문 농사꾼 같죠?

그렇지만 전 농사라고는 올해 처음 지어본 초보이자,
초보라고 말하기도 낯 뜨거울 만큼
6월 이후에는 밭을 방치해 놓다시피한 불량 농군입니다.

그래도 제 밭은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농사를 짓는 어르신 두 분과
다른 부서에 있는 팀장님, 이렇게 세 분이서 틈틈이
제 밭을 돌봐 주십니다.
(저에게는 우렁각시가 세 명이나 있는 셈입니다^^)

어제는 여름 들어서는 공식적으로 처음 밭에 갔습니다.
어제가 밭을 갈아 엎어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거든요.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가을 작물을 심어야 하니까요.
(전에는 열매만 홀랑 따고 오는
일명 먹튀였으니 횟수에서 제외합니다)

어르신은 두 시까지 오라고 했습니다.
으~~~뙤악볕~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추위는 어떻게든 견디겠는데 땀 흘리는 건 참 싫거든요.



나갔더니...세상에...
전 밭에 작물을 심었는데 그것들이 나무가 되어 있더라고요.
농사 지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깻잎나무와 고추나무, 토마토나무가 어떤 것인지.

다 뽑아야 한답니다. 다시 한 번 놀아웠습니다.
이 건장한 것들을 뽑아 버린다고?
갑자기 사람이 참 무정해 보였습니다.



지시대로 따르자 싶어 하나씩 뽑기 시작했습니다.
고추랑 깻잎이랑 대충 뜯어내고 나무들을 뽑았습니다.
이러면 됐지...싶었는데
어르신은 작은 고추 하나하나 다 솎아내는가 하면
깻잎이며 고춧잎 일일이 다 뜯으시는 겁니다.
작은 고추는 밀가루에 무쳐 쪄 먹으면 되고
깻잎은 간장에 재워 뒀다 먹으면 되고
고춧잎은 살짝 데쳐서 참기름에 술술 버무려 먹으면 되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면서 말이죠.
정작 무정했던 건 저였습니다.



타 과 팀장님이 실험 삼아 심어 놓은 당근은...
참~~동화책에서 많이 보던 모양이라 친근하기는 한데...
뭘 해서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애매한 크기여서
집에 모셔다 놓고 고민 중입니다.

깻잎의 경우는 키가 저만큼이나 커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180?^^)
줄기도 그에 맞춰 굵어져 있었고요.
과장 안 보태고 어린 묘목을 뽑아내는 기분이었었습니다.
톡 하면 꺾어지던 줄기가 이렇게 억세게 자랐더군요.
땅이 질퍽해서인지 뿌리가 억세진 깻잎은
땅을 통째로 같이 들어내어 버리더군요.
자란다는 것...참 무섭고 통제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



하나를 뽑아 들었더니
지렁이 세 마리가(곰 아니고요. 가족인 거 확인 안 됐고요.)
집단으로 꿈틀거리는 게 발견됐습니다.
(사진 찍을 때는 두 마리는 부끄러워서 숨어 버렸습니다.)
토실토실 윤기 반지르르나는 지렁이를
어렸을 때 이후로 참 오랜만에 봐서 반갑더군요.

그 다음 단계는 퇴비를 얹고 갈아엎어야 했지만...
전 열래 따고 나무 뽑는 데 체력을 다 써 버린 나머지
다음으로 미뤄놓고 돌아왔습니다.

땀을 한 바가지 흘렸습니다.
전 아무리 생각해도 낮 두 시에 밭일을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약속한 거라 어쩔 수 없이 나간 거였지만
일하는 내내 징징댔거든요.
이제는 한여름 대낮에 묵묵히 밭에 웅크리고 있는
어르신들 보기만 해도 그것만으로 존경심이 솟습니다.
자식 키우는 마음이 아니면 안 될 듯싶더라고요.

다 갈아엎으니 속은 시원하더군요.
다음주부터는 배추랑 무, 파를 키워야 합니다.
이제까지는 너무 설렁설렁했지만
다시 새롭게 잘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 다 완벽할 수 있나요 어디? ^^;;;

이번에는 스스로 농사 잘 지어서
그걸로 김치나 담가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치라...음... 벌써부터 긴장되는군요.

84세 할머니의 신나는 음악회 댄스



14일 일자산 잔디광장에서는 광복절 기념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여기에 올려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간단히 취재해서 뉴스용으로 제작하면 되겠다 싶었죠.

국악 공연이 무대를 열고 전국노래자랑 1등 팀이 열창하고
성악가 두 명의 멋진 화음이 밤을 수놓는 멋진 밤이었어요.



앗~~~다음 순서로 리한밴드가 나오는 순간~~
전 그의 빨간 그랜드 피아노(모양의 원목가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음에도,
그 때까지도 여기에 글을 올리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아~예쁘다. 빨간 피아노'하며 음악을 즐겼죠.

자칭 유명한 무명가수인 리한밴드는
80~90년대 노래들로 관객들을 신나게 하고
자꾸 발을 구르고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사노라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다시 돌~고)가 후렴인 노래(제목이..) 등을 부르면서요.

저도 박수치고 환호를 지르고 신나게 호응했습니다.
흥에 못 이겨 무대 앞으로 두 명의 아저씨가 나왔습니다.
뒤이어 오늘의 주인공~
하아얀 머리에 몸빼를 입으신 한 할머니가 뛰어 나오는 겁니다.
그렇게 세 명의 관객은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흥을 즐겼습니다.



관객들은 이제 리한밴드가 아닌 그들을 보면서 노래를 불렀죠.
여기저기서 박장대소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자신의 흥을 마음껏 표현하는 모습을 부러워하는 기색도 보이더라고요.
비록 관광버스 춤이지만 아무려면 어떤가요?

할머니는 댄스에 방해된다고
신고 나온 슬리퍼도 거침없이 벗어던지고 맨발로 잔디밭을 누볐습니다.
사회자가 연세를 여줬더니...8학년 4반이시라는데~
모든 사람들 깜짝 놀랐죠.

공연에서 다양한 쇼를 보여주는 김장훈은
"죽도록 뛰어다녀도 죽지는 않더라"며 온몸을 불사르는데요.
단연코 할머니는 이날 강동구에서
김장훈 이상 가는 열정의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신나게 놀 데가 참 없죠?
체면이고 부끄러움이고 다 벗어던지고
그저 웃고 그저 놀아보는 재미있는 행사...
모두들 기다리는 행사인 듯했습니다.

이제 갓 서른된 저도 할머니 보며 조금 용기를 얻은 덕에
마지막 곡에서는 두 팔 하늘로 쭉쭉 뻗으며
주변에 누가 있든 상관하지 않고 떼창을 했더랍니다. ^^

담배에 대한 확실한 경각심


얼마 전 신문에서 본 사진입니다.
두산타워 앞에 이런 재떨이가 놓였습니다.
많이 보셨을 겁니다.

사람 모형의 투명 아크릴입니다.
담배를 버리면 꽁초는 폐 안으로 들어가고
재가 물에 녹으면서 인체에 갈색 물이 점점 진해지는...

참 인상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이거 봤다고 '그래, 난 오늘부터 담배를 끊겠어'라고 생각하실 분은
이미 예전에 다 끊으셨겠죠.
그래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각적인 요소로 확실히 나타낸 것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빅앤트 인터내셔널의 박서원 대표의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국제 광고계에서 여러 상을 휩쓸며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광고인으로 활약하고 있다고요.





그 작품을 본 같은 주에 구청 대강당에서는
흡연 관련한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이 장소에 이 재떨이 하나가 옆에 같이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싶더라고요.
마음 같아서는 두타 앞에서 슬쩍 들고 오고도 싶었고
빅앤트에 연락을 취해서
공공을 위해 잠깐 대여해 달라고 조르고도 싶었어요.

고급 디자인일수록 한정된 박람회나
몇몇 사적인 장소에서만 공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요소가 가장 필요한 것은
모든 생활의 기본이 이뤄지는 공공기관일 텐데요.

공공기관하면 관료적인 분위기가 풍겨
디자인의 특색을 흐릴 수 있지 않을가 걱정하는 시선도 있던데...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공공기관과도 많이 협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서원씨~~~그런데 저 재떨이 판매는 안 하나요?
공공을 위해서 저희 구에 기부라도 해 주지 않으시겠어요?

2010년 8월 11일 수요일

산치성제, 호랑이는 지금 어디에...

강일동 리버파크 안에 있는 조그마한 뒷산,
이름은 갈산입니다.

이 곳에서 10일 저녁에 '산치성제'가 열렸습니다.

행사 자료를 본 저희 팀원들은 아주 잠깐 혼란에 빠졌습니다.
단어 해독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죠.
산치.성제? 산치성.제?
남한산성 옆 쪽으로 산치성이 있었나?

혼란은 곧 잦아 들었습니다.
아~~그러고 보니 산에 치성을 드리는 의식이
바로 산치성제(山致城祭)군요.
익숙한 단어인 데도 자주 접하지 않다 보니
어색하게 보였었나 봅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습니다.
동산에 올라갔더니 의관을 갖춘 마을 어른들과
구경 나온 주민들이 모여 있더군요.

아뿔싸...
정장 H라인 스커트에 샌들을 신은 저의 복장.
옛날 같았으면 한복을 입었어도 여성 출입금지였을 치성제에
맨발을 드러낸 제 차림이 스스로 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더군요.

큰 대야에 소머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양쪽에 뿔도 있고 머리도 정말 크더군요.
돼지머리는 많이 봐 왔지만 소머리는 처음 본 거거든요.
그 때부터 제 관심은 온통 소머리에 쏠렸습니다.



이상한 건...
소의 콧잔등 거죽이 다 벗겨져 뼈가 훤히 드러나 있었어요.
반대쪽 얼굴은 너무 흉칙해 차마 올리지 못하겠네요. ㅡ.ㅡ

코뚜레를 세게 묶었던 것일까, 도축 때 사고가 있었던 것일까...
나름 진지하게 추리를 해 보다 옆에 계신 어르신에 여쭸습니다.
"이 소는 왜 이렇게 뼈가 훤히 드러나 있는 거예요?"
어르신은 무덤덤하게 "너무 삶아서 그래~~" 하시고는
제상 정리에 여념이 없으셨습니다.

아... 시간 조절의 문제였군요.
약간 허털했지만, 명쾌한 답변에 궁금증은 사라졌습니다.

산치성제는 비교적 짧게 진행됐지만
모두들 엄숙하게 지켜봤습니다.



또 하나 궁금한 건...
제관이 술을 따르거나 할 때마다
젓가락으로 정확히 세 번 '톡톡톡' 소리를 내던데요.
이것의 의미는 뭔지...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소머리 얘기로~
소머리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여쭤봤습니다.
한 분은 "고기는 같이 나눠먹고
뼈는 제를 지낸 자리에 묻는다"고 했지만
다른 한 분은 "뼈를 묻지는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의견과 주장이 분분했습니다.

산치성제의 의미를 생각할 때
뼈를 제를 지낸 자리에 묻는다는 말을 믿고 싶네요.



비만 안 왔더라면 제대로 행사를 맛볼 수 있지 않았나
조금 아쉬웠습니다.
매년 하는 행사라는데
강동구에서 5년 이상 근무하는 동안
이번에 처음 구경해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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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치성제의 기원>

이 역시 두 가지 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산치성제 준비위원회 측에서
공식적으로 말씀하시는 이야기입니다.
임진왜란때 충남 예산 현감이었던 심희원(沈希元) 선생이
호랑이 등에 업혀 이곳 벌말로 피난을 왔고
그 후로도 호랑이의 도움으로 정착하게 되어
후손들이 호랑이를 산신으로 모시는 제를 지내기 시작했다는 얘깁니다.

다른 곳에서 들은 얘기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심희원 선생이 밤중에 갈산을 지나고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 길을 헤맸다고 합니다.
그 때 산호랑이가 눈빛으로 광선(레이저?)을 쏘듯
길을 훤히 비추어 줘서 선생은 무사히 산을 빠져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호랑이를 신령스럽게 섬기게 됐다는 군요.

두 이야기 모두 심희원 선생과 호랑이의
각별한 인연을 토대로 전해지고 있는 걸 보면
어느 쪽이든 호랑이가 이 마을 사람들을 지켜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취재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태양광 발전판(?)으로 전기를 켜는 가로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통과 첨단을 한 장소에서 동시에 접하는 기분은 참 묘했습니다.

이제는 호랑이 대신 자동차를 타고 이 산을 오갈 테고
호랑이의 눈빛보다 훨씬 밝은 태양에너지 가로등이 밝은 빛을 낼 테죠.

호랑이의 쓸모는 동물원에서 밖에 없는 걸까요?
갑자기 그 때 그 호랑이의 후예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내년에는 더욱 홍보가 잘 돼서
많은 강동구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2010년 8월 10일 화요일

마네킹 씨의 '자동 제세동기' 체험담

제 이름은 '마네킹'입니다.
저는 지난 9일 강동구청에서 마련한
'자동 제세동기 전달식'에 초대 받았습니다.
(제세동기에 대한 설명은 밑에서 따로 하겠습니다.)



제가 이 날 행사의 주인공이라는 군요.
심정지 상태에 놓인 환자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반듯한 자세로 무대에 누워 있으면 되는 비교적 쉬운 임무였죠.
전 원래 가만히 한 자세로 있는 일을 잘 하니까요.

역할을 부여받은 후부터 저는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멈춰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에 나오는
죽은 사람의 말과 일면 비슷하군요.



무대 한가운데 누워 있었습니다.
(저 참 외로워 보이지 않습니까?)
행사는 약 30분 정도 진행됐습니다.
저는 심정지 상태로 30분을 가만히 있었던 겁니다.
일반인이었다면 이미 사망인 것을
저는 마네킹이라는 초인적인 힘에 의해 견딜 수 있었습니다.
원래 심정지란 4분 이내에 응급 조치를 취해야
뇌에 손상을 입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반듯하게 누워 있었습니다.
드디어 구조요원들의 시연이 시작되는군요.
자동 제세동기에 있는 패드를
가슴과 옆구리에 붙이고 신호를 감지합니다.
구조요원이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실시하네요.
(여성이라 다행입니다.^^)
그렇게 긴급해야 했던 순간이 지나자!!!
저는 기적과 같이 살아났습니다.

난감한 상황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저는 생환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갑자기 경찰서에 끌려온 취객마냥
무대 구석으로 질질질~ 끌어내 졌습니다.



상관 없습니다. 어쨌든 전 살아났으니까요.
제 심장을 뛰고 있으니까요.
이젠 반듯한 자세로 누워있는 것 말고도
이렇게 벽에 기대어 앉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자동 제세동기. 강동구의 모든 동 주민센터에 설치한다고 합니다.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도 실시하고요.

관심 있는 분들은 동 주민센터로 꼭 연락해 보세요.
바로 어제 시내 한복판에서 버스가 폭발하는 사고 보셨죠?
이처럼 위험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다가옵니다.
응급조치 방법이나 위험상황 대비요령 등은
그 기술이 하등 쓸모 없게 느껴지는 가장 안전한 시기에
익혀두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이름 마네킹(Mannikin)의 접미사인 '-kin'은
'가족의, 혈통의'란 뜻도 가지고 있답니다.
응급조치 방법 익혀두셨다가 위험에 처한 이웃을 발견했을 때
기꺼이 용감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 또한 잊지 마세요.

그리고 또 하나!!!
자동 제세동기나 기타 여러 방법으로 환자를 위험에서 구해냈다면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저도 좀 끼워 주세요.
아무리 무대 위지만 구석 자리에 혼자 있는 건 언제나 슬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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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세동기>
심정지와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심장 충격장치입니다.
흔히 의학 드라마에서 의사가 양손에 쥐고 젤을 바른 후
"푸쉬~"하고 충격을 주는 것은 수동 제세동기이고,
이번에 강동구가 각 동 주민센터에 구비한 것이
바로 자동 제세동기입니다.
간단하게 교육만 받으면 일반인도 누구나 손쉽게 이용 가능하답니다.

심정지 환자의 경우 생명과 직결되는 최초 4분의 응급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요.
외국에서는 어디서든 자동 제세동기로 신속히 대처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허둥지둥대며 구급차만 기다리는 모습을 비교해 놓은
TV 프로그램을 보신 분도 계실 겁니다.

선진국에서는 공공시설에 자동 제세동기를 의무화하고
어린이교육을 실시할 만큼 생활화돼 있습니다.

이제 강동구도 그 첫 발을 내디딘 건데요.
저도 교육 받으러 보건소나 주민센터에 가서 교육이나 받아봐야 겠네요.
정말이지, 어제 버스폭발 사고 보면서
잘 사는 것만큼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심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