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IDEA 급구!

함께 이 사이트를 잘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들
뭐가 있을까요? 많은 의견 부탁드려요~~^^

2010년 8월 10일 화요일

마네킹 씨의 '자동 제세동기' 체험담

제 이름은 '마네킹'입니다.
저는 지난 9일 강동구청에서 마련한
'자동 제세동기 전달식'에 초대 받았습니다.
(제세동기에 대한 설명은 밑에서 따로 하겠습니다.)



제가 이 날 행사의 주인공이라는 군요.
심정지 상태에 놓인 환자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반듯한 자세로 무대에 누워 있으면 되는 비교적 쉬운 임무였죠.
전 원래 가만히 한 자세로 있는 일을 잘 하니까요.

역할을 부여받은 후부터 저는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멈춰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에 나오는
죽은 사람의 말과 일면 비슷하군요.



무대 한가운데 누워 있었습니다.
(저 참 외로워 보이지 않습니까?)
행사는 약 30분 정도 진행됐습니다.
저는 심정지 상태로 30분을 가만히 있었던 겁니다.
일반인이었다면 이미 사망인 것을
저는 마네킹이라는 초인적인 힘에 의해 견딜 수 있었습니다.
원래 심정지란 4분 이내에 응급 조치를 취해야
뇌에 손상을 입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반듯하게 누워 있었습니다.
드디어 구조요원들의 시연이 시작되는군요.
자동 제세동기에 있는 패드를
가슴과 옆구리에 붙이고 신호를 감지합니다.
구조요원이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실시하네요.
(여성이라 다행입니다.^^)
그렇게 긴급해야 했던 순간이 지나자!!!
저는 기적과 같이 살아났습니다.

난감한 상황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저는 생환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갑자기 경찰서에 끌려온 취객마냥
무대 구석으로 질질질~ 끌어내 졌습니다.



상관 없습니다. 어쨌든 전 살아났으니까요.
제 심장을 뛰고 있으니까요.
이젠 반듯한 자세로 누워있는 것 말고도
이렇게 벽에 기대어 앉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자동 제세동기. 강동구의 모든 동 주민센터에 설치한다고 합니다.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도 실시하고요.

관심 있는 분들은 동 주민센터로 꼭 연락해 보세요.
바로 어제 시내 한복판에서 버스가 폭발하는 사고 보셨죠?
이처럼 위험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다가옵니다.
응급조치 방법이나 위험상황 대비요령 등은
그 기술이 하등 쓸모 없게 느껴지는 가장 안전한 시기에
익혀두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이름 마네킹(Mannikin)의 접미사인 '-kin'은
'가족의, 혈통의'란 뜻도 가지고 있답니다.
응급조치 방법 익혀두셨다가 위험에 처한 이웃을 발견했을 때
기꺼이 용감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 또한 잊지 마세요.

그리고 또 하나!!!
자동 제세동기나 기타 여러 방법으로 환자를 위험에서 구해냈다면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저도 좀 끼워 주세요.
아무리 무대 위지만 구석 자리에 혼자 있는 건 언제나 슬프답니다.

=========================================================

<제세동기>
심정지와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심장 충격장치입니다.
흔히 의학 드라마에서 의사가 양손에 쥐고 젤을 바른 후
"푸쉬~"하고 충격을 주는 것은 수동 제세동기이고,
이번에 강동구가 각 동 주민센터에 구비한 것이
바로 자동 제세동기입니다.
간단하게 교육만 받으면 일반인도 누구나 손쉽게 이용 가능하답니다.

심정지 환자의 경우 생명과 직결되는 최초 4분의 응급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요.
외국에서는 어디서든 자동 제세동기로 신속히 대처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허둥지둥대며 구급차만 기다리는 모습을 비교해 놓은
TV 프로그램을 보신 분도 계실 겁니다.

선진국에서는 공공시설에 자동 제세동기를 의무화하고
어린이교육을 실시할 만큼 생활화돼 있습니다.

이제 강동구도 그 첫 발을 내디딘 건데요.
저도 교육 받으러 보건소나 주민센터에 가서 교육이나 받아봐야 겠네요.
정말이지, 어제 버스폭발 사고 보면서
잘 사는 것만큼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심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