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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1일 수요일

산치성제, 호랑이는 지금 어디에...

강일동 리버파크 안에 있는 조그마한 뒷산,
이름은 갈산입니다.

이 곳에서 10일 저녁에 '산치성제'가 열렸습니다.

행사 자료를 본 저희 팀원들은 아주 잠깐 혼란에 빠졌습니다.
단어 해독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죠.
산치.성제? 산치성.제?
남한산성 옆 쪽으로 산치성이 있었나?

혼란은 곧 잦아 들었습니다.
아~~그러고 보니 산에 치성을 드리는 의식이
바로 산치성제(山致城祭)군요.
익숙한 단어인 데도 자주 접하지 않다 보니
어색하게 보였었나 봅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습니다.
동산에 올라갔더니 의관을 갖춘 마을 어른들과
구경 나온 주민들이 모여 있더군요.

아뿔싸...
정장 H라인 스커트에 샌들을 신은 저의 복장.
옛날 같았으면 한복을 입었어도 여성 출입금지였을 치성제에
맨발을 드러낸 제 차림이 스스로 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더군요.

큰 대야에 소머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양쪽에 뿔도 있고 머리도 정말 크더군요.
돼지머리는 많이 봐 왔지만 소머리는 처음 본 거거든요.
그 때부터 제 관심은 온통 소머리에 쏠렸습니다.



이상한 건...
소의 콧잔등 거죽이 다 벗겨져 뼈가 훤히 드러나 있었어요.
반대쪽 얼굴은 너무 흉칙해 차마 올리지 못하겠네요. ㅡ.ㅡ

코뚜레를 세게 묶었던 것일까, 도축 때 사고가 있었던 것일까...
나름 진지하게 추리를 해 보다 옆에 계신 어르신에 여쭸습니다.
"이 소는 왜 이렇게 뼈가 훤히 드러나 있는 거예요?"
어르신은 무덤덤하게 "너무 삶아서 그래~~" 하시고는
제상 정리에 여념이 없으셨습니다.

아... 시간 조절의 문제였군요.
약간 허털했지만, 명쾌한 답변에 궁금증은 사라졌습니다.

산치성제는 비교적 짧게 진행됐지만
모두들 엄숙하게 지켜봤습니다.



또 하나 궁금한 건...
제관이 술을 따르거나 할 때마다
젓가락으로 정확히 세 번 '톡톡톡' 소리를 내던데요.
이것의 의미는 뭔지...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소머리 얘기로~
소머리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여쭤봤습니다.
한 분은 "고기는 같이 나눠먹고
뼈는 제를 지낸 자리에 묻는다"고 했지만
다른 한 분은 "뼈를 묻지는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의견과 주장이 분분했습니다.

산치성제의 의미를 생각할 때
뼈를 제를 지낸 자리에 묻는다는 말을 믿고 싶네요.



비만 안 왔더라면 제대로 행사를 맛볼 수 있지 않았나
조금 아쉬웠습니다.
매년 하는 행사라는데
강동구에서 5년 이상 근무하는 동안
이번에 처음 구경해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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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치성제의 기원>

이 역시 두 가지 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산치성제 준비위원회 측에서
공식적으로 말씀하시는 이야기입니다.
임진왜란때 충남 예산 현감이었던 심희원(沈希元) 선생이
호랑이 등에 업혀 이곳 벌말로 피난을 왔고
그 후로도 호랑이의 도움으로 정착하게 되어
후손들이 호랑이를 산신으로 모시는 제를 지내기 시작했다는 얘깁니다.

다른 곳에서 들은 얘기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심희원 선생이 밤중에 갈산을 지나고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 길을 헤맸다고 합니다.
그 때 산호랑이가 눈빛으로 광선(레이저?)을 쏘듯
길을 훤히 비추어 줘서 선생은 무사히 산을 빠져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호랑이를 신령스럽게 섬기게 됐다는 군요.

두 이야기 모두 심희원 선생과 호랑이의
각별한 인연을 토대로 전해지고 있는 걸 보면
어느 쪽이든 호랑이가 이 마을 사람들을 지켜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취재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태양광 발전판(?)으로 전기를 켜는 가로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통과 첨단을 한 장소에서 동시에 접하는 기분은 참 묘했습니다.

이제는 호랑이 대신 자동차를 타고 이 산을 오갈 테고
호랑이의 눈빛보다 훨씬 밝은 태양에너지 가로등이 밝은 빛을 낼 테죠.

호랑이의 쓸모는 동물원에서 밖에 없는 걸까요?
갑자기 그 때 그 호랑이의 후예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내년에는 더욱 홍보가 잘 돼서
많은 강동구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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