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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6일 월요일

갈아 엎어야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둔촌동에서 도시 텃밭은 경작하고 있습니다.
이러니까 마치..전문 농사꾼 같죠?

그렇지만 전 농사라고는 올해 처음 지어본 초보이자,
초보라고 말하기도 낯 뜨거울 만큼
6월 이후에는 밭을 방치해 놓다시피한 불량 농군입니다.

그래도 제 밭은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농사를 짓는 어르신 두 분과
다른 부서에 있는 팀장님, 이렇게 세 분이서 틈틈이
제 밭을 돌봐 주십니다.
(저에게는 우렁각시가 세 명이나 있는 셈입니다^^)

어제는 여름 들어서는 공식적으로 처음 밭에 갔습니다.
어제가 밭을 갈아 엎어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거든요.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가을 작물을 심어야 하니까요.
(전에는 열매만 홀랑 따고 오는
일명 먹튀였으니 횟수에서 제외합니다)

어르신은 두 시까지 오라고 했습니다.
으~~~뙤악볕~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추위는 어떻게든 견디겠는데 땀 흘리는 건 참 싫거든요.



나갔더니...세상에...
전 밭에 작물을 심었는데 그것들이 나무가 되어 있더라고요.
농사 지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깻잎나무와 고추나무, 토마토나무가 어떤 것인지.

다 뽑아야 한답니다. 다시 한 번 놀아웠습니다.
이 건장한 것들을 뽑아 버린다고?
갑자기 사람이 참 무정해 보였습니다.



지시대로 따르자 싶어 하나씩 뽑기 시작했습니다.
고추랑 깻잎이랑 대충 뜯어내고 나무들을 뽑았습니다.
이러면 됐지...싶었는데
어르신은 작은 고추 하나하나 다 솎아내는가 하면
깻잎이며 고춧잎 일일이 다 뜯으시는 겁니다.
작은 고추는 밀가루에 무쳐 쪄 먹으면 되고
깻잎은 간장에 재워 뒀다 먹으면 되고
고춧잎은 살짝 데쳐서 참기름에 술술 버무려 먹으면 되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면서 말이죠.
정작 무정했던 건 저였습니다.



타 과 팀장님이 실험 삼아 심어 놓은 당근은...
참~~동화책에서 많이 보던 모양이라 친근하기는 한데...
뭘 해서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애매한 크기여서
집에 모셔다 놓고 고민 중입니다.

깻잎의 경우는 키가 저만큼이나 커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180?^^)
줄기도 그에 맞춰 굵어져 있었고요.
과장 안 보태고 어린 묘목을 뽑아내는 기분이었었습니다.
톡 하면 꺾어지던 줄기가 이렇게 억세게 자랐더군요.
땅이 질퍽해서인지 뿌리가 억세진 깻잎은
땅을 통째로 같이 들어내어 버리더군요.
자란다는 것...참 무섭고 통제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



하나를 뽑아 들었더니
지렁이 세 마리가(곰 아니고요. 가족인 거 확인 안 됐고요.)
집단으로 꿈틀거리는 게 발견됐습니다.
(사진 찍을 때는 두 마리는 부끄러워서 숨어 버렸습니다.)
토실토실 윤기 반지르르나는 지렁이를
어렸을 때 이후로 참 오랜만에 봐서 반갑더군요.

그 다음 단계는 퇴비를 얹고 갈아엎어야 했지만...
전 열래 따고 나무 뽑는 데 체력을 다 써 버린 나머지
다음으로 미뤄놓고 돌아왔습니다.

땀을 한 바가지 흘렸습니다.
전 아무리 생각해도 낮 두 시에 밭일을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약속한 거라 어쩔 수 없이 나간 거였지만
일하는 내내 징징댔거든요.
이제는 한여름 대낮에 묵묵히 밭에 웅크리고 있는
어르신들 보기만 해도 그것만으로 존경심이 솟습니다.
자식 키우는 마음이 아니면 안 될 듯싶더라고요.

다 갈아엎으니 속은 시원하더군요.
다음주부터는 배추랑 무, 파를 키워야 합니다.
이제까지는 너무 설렁설렁했지만
다시 새롭게 잘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 다 완벽할 수 있나요 어디? ^^;;;

이번에는 스스로 농사 잘 지어서
그걸로 김치나 담가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치라...음... 벌써부터 긴장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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